의식적 산책:내면을 걷는 시간
《의식적 산책: 내면을 걷는 시간》 매일 지나던 자리의 돌 하나가 문득 낯설게 보이는 순간이 있다. 누군가는 무심히 지나치고,누군가는 걸음을 멈춘다. 《의식적 산책: 내면을 걷는 시간》은 이러한 멈춤에서 시작된다. 걷는다는 행위는 본래 어딘가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지만, 여기서 산책은 익숙한 세계에 시선을 머물게 하고, 보이는 것의 표면을 지나 그 안쪽의 풍경에 닿는 하나의 지각 방식이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흔적과 마주한다. 그 흔적은 길 위에 떨어진 꽃잎과 씨앗, 한때 머물렀던 장소의 빛과 색, 자신을 지키기 위해 겹겹이 둘러온 마음의 외피와 같은 서로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대부분은 사소하거나 익숙하다는 이유로 금세 시야에서 사라지지만, 의식적으로 바라 보는 순간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남지 않는다. 그때, 서로 다른 세 개의 시선은 보이는 것 너머에서 맞닿는다. 시든 자연의 조각에는 지나간 시간이 응축되고, 스치듯 감지되는 살갗의 결에는 기억과 감정이 스며들며, 화려한 꽃과 대비되는 단단한 가시는 자신을 보호하면서도 타인에게 닿고자 하는 마음의 양면을 드러낸다. 작품 속 대상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모두 표면 너머에 축적된 시간과 감정을 바라보도록 이끈다. 그렇게 익숙했던 대상 앞에 오래 머무를 때, 비로소 바깥의 풍경은 내면을 비추는 장면으로 전환된다. 화면 속 사물과 풍경을 향하던 눈은 어느새 지나온 시간과 관계, 쉽게 드러내지 못했던 감정의 결을 더듬는다. 바깥을 향해 있던 움직임은 그렇게 소리없이 안쪽으로 접혀 들어간다. 이번 전시는 잠시 속도를 늦추고, 지나쳐온 것들을 다시 바라보며 오래 남아 있으나 아직 분명한 이름을 얻지 못한 감정의 흔적을 천천히 따라가기를 제안한다. 이 산책의 목적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그렇게 천천히 걷다 보면, 우리는 어느 순간 자신이 무엇을 품고 무엇을 감추며 살아왔는지를 마주하게 된다. 바깥에서 시작된 걸음은 끝내 가장 안쪽의 장소를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는 비로소, 익숙하지만 쉽게 닿지 못했던 자기 자신의 시간을 걷기 시작한다.
전시 작품
작품을 불러오는 중…